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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6-12

다가오는 ‘블랙아웃(black out)’의 공포 과연 그 대책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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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발 유나이티드 항공기 1311편이 미국 뉴욕공항 상공에 들어섰다. 밤 8시의 공항은 휘황찬란한 야경을 뽐내고 있었다. 

기장은 활주로 최종 접근로에서 접근등의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착륙절차에 들어갔다. 자동비행장치를 풀고 속력을 점차 줄인 가운데 서서히 활주로 지면에 다가갔다. 이때 갑자기 활주로 좌우의 모든 전등이 꺼지면서 공항이 완전한 어둠에 싸였다.

▲ 초고압 송전선의 사고는 블랙 아웃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연합뉴스

같은 시각 모 호텔의 고속승강기 내부. 승강기의 디스플레이 장치는 29층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등의 불이 나갔다. 자체 발전기의 전원이 바로 연결되는 자동배선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승강기는 마치 지상으로 처박히는 비행기로 변했다. 

같은 시각 얼마 떨어지지 않은 병원 산부인과 수술실. 제왕절개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산모는 인공호흡기에 연결된 튜브(Tube)를 통해 100% 산소를 기도 내로 계속 흡입하고 있었다. 정전은 여기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그러나 무정전 전원장치(UPS, 갑작스런 전압변화나 정전에 대비해 일정한 전압을 유지시키는 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수술실의 모든 장비는 야속하게도 지체없이 정지하고 말았다. 

이 모두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블랙아웃'(Black out, 도시나 넓은 지역의 전기가 동시에 모두 끊기는 최악의 정전사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제상황이다.

이른 무더위에 각종 원전 비리가 겹치면서 지난 5일 전력 당국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350만kW 아래로 떨어지는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정부 차원의 대국민 절전 캠페인도 계획 중이란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웃이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에도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도대체 블랙아웃은 왜 일어나며 그 대책은 무엇인가?

상존하는 블랙아웃 리스크

1977년 7월 13일 뉴욕 시 인근의 '콘 에디슨' 원전에 벼락이 떨어졌다. 이로써 뉴욕 시는  약 25시간의 블랙아웃을 겪어야 했다. 모든 전기 장치들은 사용 불능이 됐고, 약 3천여 개의 점포가 어둠을 이용해 날뛰는 강도, 절도범들에 의해 강탈당했다. 4천800여 명이 체포되고, 경찰 200여 명이 부상당했다. 각 상점 주인들은 자경단을 조직, 총을 들고 스스로 경비를 서는 고통을 감내했다. 방화도 2천건 이상 일어났다.

이런 블랙아웃 현상은 지난 2003년 8월 14일 또 한 번 뉴욕을 덮쳤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규모 정전 사태가 미국 동부와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벌어졌다. 이 블랙아웃 현상은 뉴욕을 넘어서 뉴저지 등 미 동북부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미시간,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을 지나서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 등으로 확산. 이 지역 모두를 암흑천지로 바꾸어놓았다.

이 블랙아웃 현상은 발생 3일 만에 완전히 복구됐지만 6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시민들이 입은 불편은 비용 추산이 힘들 정도이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웃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전 세계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고 말한다. 실제로 유럽, 아시아 등에서 블랙아웃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우리나라에도 대규모 정전 사태가 빚어졌고 전국으로 확산됐다.

▲ 스마트그리드는 전체 전력을 실시간으로 감시, 블랙아웃을 방지할 수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역별 순환정전(예비 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질 때, 전력 공급을 순차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을 실시, 블랙아웃을 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름철 또는 겨울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우리나라는 미국 뉴욕과 마찬가지로 언제든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블랙아웃의 비상구 ‘스마트그리드’

블랙아웃(대정전)은 과연 올 것인가? 전문가들은 “전기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훨씬 더 늘어난다면 블랙아웃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예기치 못한 혹서기 또는 혹한기의 전력사용량 증가, 발전소의 낙뢰 또는 작업원의 인위적 실수에 의한 사고 등으로 다양하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에너지의 흐름인 전기는 전압과 주파수의 리듬에 의해서 움직인다. 따라서 블랙아웃 현상은 전력망에서 전압과 주파수가 크게 변하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 전기 사용량이 공급량보다 많아지면 전력망 전체의 전압과 주파수의 흐름에 차질을 가져오고 전압과 주파수는 크게 떨어진다. 이때 블랙아웃 리스크는 커지게 된다.

그 결과 전력망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지하고, 결국, 전력망 전체가 말을 듣지 않는 블랙아웃이 발생하게 된다. 또 다른 이유로 초고압 송전선 내부에서 전압이 급격히 저하되면  송전능력이 떨어지는데 이 역시 블랙아웃을 가속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웃 현상은 마치 들불과 같아서 빠르게 다른 지역으로 번져 나간다”고 강조한다. 즉, 한 지역의 정전 사태가 다른 지역에 영향을 끼쳐서 그 지역에도 정전 사태를 가져오고 결국 일파만파 계속 확산돼 전체적으로 완전히 전기가 나가는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는 것.

그렇다면 충분한 예비전력량을 확보하면 블랙아웃은 방지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타깝게도 블랙아웃은 충분한 발전량을 통해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있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발전소에 낙뢰가 떨어져 한 개의 발전소가 정지되면 그 여파로 다른 발전소에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블랙아웃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스마트그리드(Smart Grid)가 부상하고 있다. 똑똑한 전력관리시스템인 스마트그리드는 정전이 발생한 지역의 전력공급시스템을 국부적으로 차단,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전국의 모든 전기 계량기를 스마트 미터기로 100% 교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마트그리드 도입의 일환인 스마트 미터기의 보급으로 전기 수요에 따른 전기의 가격을 유연하게 변화시켜서 에너지 수요 피크(peak)를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블랙아웃의 방지는 물론 원전에 비해 전기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석유, 가스를 주원료로 하는 화력 발전 또는 수력 발전의 의존도를 낮추어 궁극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까지 제고할 수 있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6-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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