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는 3D 프린팅. 그 중에서도 특히 의료 분야는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정도로 3D 프린팅 산업의 꽃으로 통하고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재의 문제로 인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데, 사용 소재들 대부분이 인체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금속이나 합성고분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천연 소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천연 소재를 이용하여 부작용 없이 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부품 및 시스템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실크단백질 3D 프린팅 소재 개발
농촌진흥청이 개발에 성공한 부품의 천연소재는 실크단백질(silk protein)이다. 실크단백질이란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서 세리신(sericin)과 피브로인(fibroin)이 25:75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세리신은 보습력이 뛰어나 비누 등 생활용품으로 사용되고 있고, 피브로인은 생체적합성이 우수해 의료용품 제작을 위한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이 물질은 물성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강한 물성의 뼈와 부드러운 피부조직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어서 다양한 형태로의 제작이 가능하다. 특히 이 소재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증한 생체안전성이 검증된 천연재료로서, 현재 수술용 봉합사 및 고막용 실크패치, 그리고 치과용 차폐막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이 같은 실크단백질을 활용하여 고정판과 나사 등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고정판과 나사 등은 뼈 골절 시 사용하는 의료용 부품으로서, 골절 부위가 다시 붙을 때까지 뼈를 고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뼈 고정판은 주로 금속이나 합성고분자로 만들어져 있다.
금속 재질로 만든 뼈 고정판의 경우 골절된 뼈가 완치된 뒤 이를 제거하는 2차 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합성고분자로 만든 고정판의 경우 체내에서 생분해돼서 2차 수술은 필요 없지만, 뼈를 고정해주는 힘이 약해서 뼈가 어긋나거나 벌어질 수 있으며 가격도 비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농촌진흥청이 실크단백질로 만든 뼈 고정판은 압축 강도와 굽힘 강도가 합성고분자로 만든 것보다 강해서 뼈를 잡아주는 힘이 우수할 뿐 아니라, 생분해되는 특성까지 있어서 2차 제거 수술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어 곡면 형태의 뼈를 고정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동물실험을 통해 실크 뼈 고정판 등을 적용한 결과, 염증이나 이물 반응 없이 효과적인 뼈 접합 성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용 부품을 출력하는 시스템 개발도 성공
실크 단백질로 환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크잉크(silk ink)를 제조하는 공정과 이를 이용하여 원하는 형태를 출력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했다.
‘바이오 3D 실크프린팅’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수분과 온도 등을 조절하여 실크잉크(silk ink)를 최적의 프린팅 소재로 만드는 장치다. 실크 잉크는 원하는 형상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소재로서 실크단백질과 열가소성 플라스틱(Thermoplastic)을 혼합하여 만든다.
바이오 3D 실크프린팅 시스템 개발을 담당한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의 조유영 농업연구사는 “앞으로 바이오 3D 실크프린팅 시스템이 실용화되면 생체적합성이 우수한 맞춤형의 다양한 실크 의료기기 생산이 가능해져 국민건강 증진과 양잠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조유영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의료 3D 프린팅 관련 시장 중에서도 뼈와 관련된 분야가 상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 전망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
뼈와 관련된 시장은 외고정장치와 내고정장치로 나뉘는데, 고정판이나 나사 같은 내고정장치(internal fixation)만으로 세계 시장을 국한하더라도 그 규모가 꽤 크다.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시장규모는 약 38억 달러였으며, 연평균 8.1%로 성장하여 오는 2019년에는 약 6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사람에 대한 임상 시험과 시스템의 상용화 시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언제쯤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식품의약안전처의 시험 허가 및 기간의 변수 때문이다. 더군다나 뼈 고정판 같이 체내에 삽입되었다가 녹아버리는 부품의 경우는 허가 과정이 더 까다롭다. 재질은 다르지만 과거의 임상 시험 사례를 고려해 볼 때, 신청에서부터 허가 시점까지 1년 정도가 소요된다.
- 향후 계획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달라
일단 실크단백질로 의료용 부품을 만드는 것은 전 세계 최초다. 따라서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뼈를 고정하는 내고정장치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외고정장치에 해당하는 이비인후과와 치과, 그리고 정형외과 및 신경외과 등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인체 삽입 재료 및 의료용품 소재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6-11-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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