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치매와 함께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중풍으로도 불리는 뇌졸중이 발병하면 언어장애나 신체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뇌졸중은 암에 이어 두번째 사망원인으로 지목되며, 최근에는 30~40대에서도 뇌졸중 환자가 발견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해마다 79만5천명이 뇌졸중에 걸리고 이 중 87%가 혈전(피떡)으로 뇌혈류가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 환자로 분류된다.
미국의 경우 가장 심각한 뇌졸중을 겪은 환자 가운데 신속한 표준 약물치료를 받으면 40% 정도는 혼자서 거동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최근 여러 나라 의사와 연구자들이 참여한 새로운 임상연구에 따르면 표준 약물치료와 함께 발병 요인인 혈전(clot)을 제거하면 뇌혈류를 빠르게 회복시켜 장기적으로 더욱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혈관내 혈전제거술을 활용하는 ‘스위프트 프라임 임상연구’(the Swift Prime trial )라 불리는 이 연구 결과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4월 17일자 온라인판에 소개된 데 이어 6월 11일자 인쇄본에 게재될 예정이다.
논문의 공저자이자 미국 러쉬대 병원 뇌졸중센터 수술책임자인 디미트리우스 로페즈(Demetrius Lopes)박사는 “이번 연구는 뇌졸중의 양상에 따라 치료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같은 유형의 뇌졸중이라도 치료방법에 따라 환자가 스스로 거동을 할 수 있느냐와 없느냐로 갈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혈전이 뇌를 망친다!”
뇌졸중 증상으로 병원에 이송되면 최초 3시간에서 길어도 4시간30분 안에 환자의 뇌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제(IV tPA)를 혈관에 투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환자 중 20%는 주요 뇌동맥이 막혀 상태가 심해지기 때문에 혈전용해제 투입만으로는 불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심각한 뇌졸중 증상을 보일 때 환자를 지체 없이 의료의 질이 높은 병원으로 이송하면 막힌 뇌혈관의 혈전을 제거하는 미세 침습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뇌 혈전 제거를 위한 미세 침습 수술은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의 사타구니 부위에 있는 혈관에 혈전 제거도구가 달린 도관을 삽입해 뇌혈관까지 도달하게 한 후 혈전을 떼어내 낚시하듯 몸 밖으로 끄집어내는 수술이다. 뇌를 여는 수술을 하지 않고 뇌 혈관의 혈전을 제거하기 때문에 미세 침습이란 말이 붙었다.
혈전제거술 받은 환자 90일 후 네 명에 한 명꼴로 혼자서 거동
스위프트 프라임 임상연구진은 심각한 증상의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혈전용해제만 투여하고, 다른 한 그룹은 증상이 시작된 지 6시간 안에 혈전용해제 투여와 함께 혈전제거 미세 수술을 받게 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허혈성 뇌졸중 치료법으로 유일하게 혈전용해제 투여를 승인했고, 뇌혈전제거술은 임상시험 허가만 받은 상태다.
2012년 12월에서 2014년 11월까지 진행된 이 임상연구는 미국과 캐나다의 39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196명의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실시됐다. 연구진이 표준측정법을 사용해 치료 90일 후 각 환자들의 장애 정도를 측정해 보니 혈전용해제 투여와 뇌혈전제거술을 복합해서 받은 환자들이 혈전용해제만 투여 받은 환자보다 전 평가항목에서 장애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기능적 독립성도 60%를 기록해 후자의 35.5%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NEJM 논문에는 “90일 간의 추적조사 결과 치료받은 환자 2.6명에 한 명꼴로 장애 정도가 호전되는 결과를 보였고, 네 명에 한 명꼴로 혼자서 거동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또한 뇌혈전제거술을 받은 환자들의 뇌혈류 흐름이 훨씬 좋다는 결과도 내놨다. 치료 27시간 후 82,8%의 환자들이 정상인의 90% 내지 그 이상의 뇌혈류 흐름을 나타낸 데 비해 헐전용해제만 투여받은 환자들은 그 반 정도인 40.4%만이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전의 3회에 걸친 유사한 연구에서는 혈전제거술의 효과가 그리 높게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진보된 기술과 해상도가 향상된 영상 그리고 더욱 빨라진 중재술을 적용해 전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로페즈 교수는 밝혔다.
현재 러쉬대 의료원을 비롯해 몇몇 의료기관에서는 심각한 뇌졸중 환자에 대해 최초 수시간 안에 시행하는 첫 치료법으로 뇌혈전제거술을 채용하고 있다.
“처치 시간 빠를수록 뇌를 살릴 수 있는 확률 높아진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나온다 해도 뇌졸중 치료에서는 무엇보다 시간이 관건이다. 뇌졸중을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매 1분마다 1900만개의 뇌세포가 파괴되고 뇌세포 사이의 140억개의 연결고리가 사라져 버린다. 뇌졸중센터에서 회자되는 “시간이 곧 뇌”라는 속담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러쉬대 병원 뇌졸중센터 진료책임자인 제임스 코너즈(James Conners)박사는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환자들은 대다수가 발병 후 3시간, 늦어도 6시간 안에 치료를 받은 이들”이라고 말했다.
러쉬대 의료원은 스위프트 프라임 임상연구 참여기관 가운데, 이송된 환자의 혈관에 도관을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고 뇌혈류 흐름을 회복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가장 빠르게 진행시킨 곳으로 조사됐다. 환자에게 얼마나 빨리 도관 삽입을 하는가, 뇌혈류 흐름을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는가의 여부가 바로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러쉬대 의료원 뇌졸중팀은 또 스위프트 프라임 임상연구와 다른 두개의 제휴 임상연구에 참여한 미국과 유럽, 캐나다와 호주의 총 203개 의료기관 가운데 가장 좋은 진료수행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의 진료수행체제란 신속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응급의료 인력 △신경과 의사 △신경외과 수술팀과 전문 보조인력을 포함해 전체 뇌졸중팀 안에서의 상호협조를 말한다.
이제 치료법을 바꿀 때가 됐는가
로페즈와 코너즈 교수는 이같은 임상연구 결과들이 뇌졸중 치료의 새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내에서 뇌졸중으로 진단받아 혈전용해제를 투입하는 경우가 5%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발병률을 고려할 때 의료진의 기대치와 너무 거리가 멀다”고 로페즈 교수는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뇌졸중의 증상을 확실히 인지토록 해 발병시 응급전화를 걸고,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정확하게 이송되었는지 확인하도록 교육하면 혈전용해제 사용률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미세 침습 뇌혈전제거술을 받으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들이 제 시간 안에 병원에 이송되지 못 하는 수가 많아 치료 표준을 만들고 이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뇌혈전제거술이 확산됨에 따라 응급의료원들이 현장에서 뇌혈전제거술이 필요한 환자인지 여부를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추가적인 교육과 장비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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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4-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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