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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7-03-24

네안데르탈인도 아스피린 알았다? 치아 화석에서 버드나무 섭취했던 흔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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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같은 전통 의학서적을 읽다 보면 조상들의 지혜와 지식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변변한 실험도구조차 없던 당시에 도라지가 천식에 좋고, 지네가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에 살았던 조상들의 지적 수준도 이처럼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하물며 수만 년 전에 존재했던 네안데르탈인들이 나름대로 의학적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역마다 네안데르탈인의 식단은 달랐고, 채소 등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마다 네안데르탈인의 식단은 달랐고, 채소 등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 seeker.com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영국의 과학자들이 발굴한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화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화석을 조사한 결과, 진통제인 아스피린(aspirin)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버드나무를 섭취했던 흔적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링크)

진통 목적으로 버드나무 섭취했던 흔적 발견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는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오늘날의 인류에 그들의 유전자가 남아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발표되면서 근연(近緣) 관계에 있는 종(種)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이들의 의식주를 연구하는 것은 현생 인류의 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영국 리버풀대의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들의 거주지를 대상으로 발굴 작업을 진행하여 왔다.

특히 벨기에와 스페인 동굴에서 발견된 4개의 치아 화석은 공동 연구진에게 과거 네안데르탈인들이 무엇을 먹었고, 건강상태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증거들을 제시해 주었다.

연구진은 우선 치아 화석에 붙어있는 치태(dental plaque)를 긁어낸 뒤 DNA를 추출했다. 치태는 입안의 유기물과 미생물이 모여 형성된 것으로서, 여기에 남아 있는 유전자와 유기물은 당시에 존재했던 미생물의 종류 및 음식의 형태를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증거물이다.

네안데르탈인 치아 화석에서 진통 목적으로 버드나무를 섭취했던 흔적이 발견됐다 ⓒ liverpool.ac.uk
네안데르탈인 치아 화석에서 진통 목적으로 버드나무를 섭취했던 흔적이 발견됐다 ⓒ liverpool.ac.uk

분석 결과 연구진은 몇 가지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우선은 벨기에와 스페인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식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었고, 고기 위주의 식단일 것이라는 추정도 고정관념이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벨기에의 동굴에서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코뿔소와 야생 양, 그리고 버섯 등 주로 육식 위주의 식단을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스페인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에게서는 육식을 했다는 증거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은 견과류와 버섯, 나무껍질 등 채식 위주의 식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이 아스피린의 원료 성분인 살리실산(salicylic acid)이 포함되어 있는 버드나무를 섭취했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리버풀대의 관계자는 “치아 화석에 대한 세부 조사를 통해서 일부 화석에서는 구강염과 치주농양을 앓고 있었던 점을 발견했다”라고 전하며 “이를 유추해 볼 때 염증 발생에 따른 통증 완화를 위해 버드나무를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이 같은 조치가 의도적이었다면, 당시 네안데르탈인들은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이 상당했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버드나무는 오래전부터 인류가 사용해 온 천연 진통제

인류가 개발한 약품 중에 100년이 넘도록 사용되는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하지만 지난 1899년에 등장한 아스피린만큼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하루에 약 200억 개가 팔릴 정도로 뛰어난 효능을 자랑한다.

워낙 뛰어난 진통 효능으로 인해 오늘날 아스피린이 진통제의 고유명사처럼 불리고 있지만, 사실 이 약품의 원시적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버드나무는 오래 전부터 인류가 천연 진통제로 사용해 온 민간요법 중 하나다.

버드나무는 오래전부터 인류가 사용해 온 천연 진통제다 ⓒ Nature's Poisons
버드나무는 오래전부터 인류가 사용해 온 천연 진통제다 ⓒ Nature's Poisons

기원전 1543년경에 쓰인 파피루스에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고대 이집트인들은 버드나무를 진통제 및 소염제로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또한 버드나무 껍질을 이용하여 고통을 완화하고 열을 내리는 용도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외국의 사례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이미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일화에서도 버드나무가 진통제로 사용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무과(武科) 시험 응시 도중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지만, 길가에 있던 버드나무 껍질로 싸맨 채 시험을 마쳤다는 바로 그 일화다.

한편 이번 공동 연구진의 발굴한 치아 화석에서는 버드나무 외에도 구강 내 세균의 유전자가 발견되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 유전자는 현생 인류의 구강 내 미생물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들 상호간에 키스를 통해 친밀감을 높인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3-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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