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6-05-13

꿀벌도 살고 사람도 사는 '도시양봉' 도시환경 개선··· 벌꿀 품질 문제 없어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사람은 야채나 과일 같은 식물을 통하여 영양분을 섭취하고, 즐거움도 얻는다. 그러나 이들 식물 중 상당수가 꿀벌에 의해서만 번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1개가 꿀벌의 수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 꿀벌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어반비즈서울
도시가 꿀벌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어반비즈서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과학자인 아인슈타인(Einstein)도 일찌감치 꿀벌의 중요성을 깨닫고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할 수 있다’라는 가설을 주장했을 정도다.

아인슈타인의 가설처럼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꿀벌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이슈로 떠 오른 적도 있다. 바로 ‘꿀벌 봉군 붕괴(Colony Collapse Disorder)’라는 현상이다.

벌꿀이 아니라 도시환경 개선이 도시양봉의 목적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도시화’를 가장 유력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생존의 근간이 되던 산과 숲, 나무와 꽃이 사라지면서 꿀벌이 집을 잃고 헤매다 죽거나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거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을 제공했던 도시가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꿀벌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도심에서 꿀벌을 키우는 ‘도시양봉’이다.

도시양봉이란 ‘도시에서 꿀벌을 기르는 활동’으로서 유럽에서 처음 시작된 환경보존 캠페인 중 하나다. 꿀벌 사육을 통해 벌꿀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인 기존의 양봉과는 달리 ‘도시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는 점이 특징이다.

도시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도시 생태계를 자연환경 못지않게 다양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꿀벌을 키우는데 있어 필수적 환경 조건인 꽃과 나무가 많아지면, 이들 꽃과 나무를 보금자리로 하는 다른 곤충과 새들이 모여들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도시양봉은 꿀벌의 개체수 파악을 통해 중금속 오염도 등 해당 지역의 환경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파악하는 지표의 역할도 수행하고,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 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 열기가 전국 각지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양봉의 장소로는 반경 2km내에 꽃과 나무가 있어야 한다 ⓒ 어반비즈서울
도시양봉의 장소로는 반경 2km내에 꽃과 나무가 있어야 한다 ⓒ 어반비즈서울

국내 도시양봉은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겨우 30여 곳에 불과하지만,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는 박물관이나 주식거래소 등 전국적으로 3300여 곳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이탈리아와 프랑스, 핀란드 등도 활발한 도시양봉 캠페인을 통해 사라져가는 꿀벌을 도시로 불러들이고 있다.

‘꽃도 별로 없는 도시에서 양봉을 어떻게 할까?’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도시가 더 유리한 점도 있다. 꽃이나 나무가 산과 들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겨울에는 농촌에 비해 도시의 온도가 높아 꿀벌의 생존률이 높고, 농약과 살충제로 인한 위험도 덜한 점은 도시양봉만이 가진 장점이다.

도심에서 확보한 꿀의 안정성 문제없어

도시양봉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도시에서 채취한 꿀의 안전성이고, 또 하나는 도시양봉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는 것이다.

먼저 안전성 여부와 관련하여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기관의 분석결과다.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에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품질검사를 의뢰한 결과, 중금속이나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소 문제도 특별히 까다로운 문제는 없다. 물론 도시양봉이라고 해서 아무 장소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나 옥상을 소지한 주택에 거주한다면 도시양봉을 시작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벌통의 자리인데, 가장 적합한 장소로는 바람이 잘 통하는 나무그늘 아래다. 또한 꿀벌의 활동 반경인 2km내에 꿀과 꽃가루를 구할 수 있는 화단이나 공원이 있다면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양봉작업에 참여하고는 싶지만, 장소를 구하기가 마땅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도시양봉을 장려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어반비즈서울(Urban Bees Seoul)’을 들 수 있다.3주 내내 이어지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다양한 양봉 이론과 실습을 통해 도시양봉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현재 명동 유네스코 회관의 옥상과 영국대사관 옥상 등에 어반비즈서울이 운영하는 도시양봉장이 마련되어 있다.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면서까지 국내 최초로 도시양봉가의 길을 선택한 어반비즈서울의 박진 대표는 “돈을 벌기보다는 서울을 자연친화적인 도시로 만들고 싶어 도시양봉을 시작했다”라고 말하며 “도시양봉은 꿀 생산량의 목표를 세우지 않고 꿀벌과의 공생을 통한 도시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6-05-13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