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전 8월 6일은 일본 히로시마에 최초의 원폭이 투하된 날이다. B-29 폭격기 에놀라게이에서 투하된 단 한 발의 원자폭탄은 제 2차 세계대전을 종결짓고 수많은 인명을 살리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 얼마 전까지도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은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추축국인 유럽의 독일이 이미 항복을 했음에도, 연일 B-29 폭격 편대가 투하한 재래식 소이탄들로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시가 불바다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끝까지 본토 결전을 준비했다.
이에 연합군은 태평양 전쟁을 마무리 짓는 차원에서 미군 5백만 명을 동원해 일본 본토를 침공할 2단계 계획을 세웠다.
그 첫 단계는 1945년 11월 일본의 규슈에 미 6군의 4개 군단을 상륙시켜 도쿄 공략을 위한 해상 수송 거점을 확보하는 올림픽 작전(Operation Olympic)이었다. 그리고 다음해 2월 혼슈에 미 8군을 상륙시켜서 요코하마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수도 도쿄로 진격해 전쟁을 종결시킨다는 2단계 코로넷 작전(Operation Colonet) 작전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미 국방부에서 추산한 일본 본토 침공 작전의 예상 사상자 숫자는 미군만 약 백만 명이며, 일본군은 그 이상의 사상자와 수도 없는 민간인 피해자가 생겨날게 불을 보듯 뻔했다.
승리를 목전에 둔 연합군 수뇌부는 희생을 해서라도 침공을 강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외의 방법이 동원됐고 전쟁은 끝이 났다.
우라늄 충돌, 임계질량 형성
1945년 7월 26일 길이 4.6m의 나무 상자와 큰 통으로 이뤄진 몇 개의 화물이 미 중순양함 인디애나폴리스 호에 실려서 극비리에 태평양상의 티니안 섬의 항구에 도착했다. 화물은 즉시 섬 북부의 미 육군항공대 B-29 폭격기 비행장으로 옮겨졌다. 그로부터 며칠 후, 맨하탄 계획의 수석 병기장교가 그 짐들을 풀었다.
그 상자 속에는 대포의 포신과 같은 직경의 쇠파이프가, 다른 화물에는 중앙에 구멍이 뚫린 커다란 금속 실린더가 포장돼 있었다. 또 하나의 통에는 금속 충전물이 들어있었다. 이외에도 몇 개의 철제 구조물들이 나왔다. 겉보기에는 매우 평범한 물건들이었다.
그러나 기술자들이 이들을 결합시키자, 그것은 인류 최초의 가공할 원자폭탄 리틀 보이(Little Boy)로 변신했다. 일단 커다란 포신의 포구 끝에 금속 실린더를 결합하고, 그 안에 고도로 정제된 우라늄 235 충전물을 넣고 그 바로 뒤에 고성능 장약(추진제)으로 된 기폭제를 설치하고 이어 신관을 장착하면 바로 포신형 원자폭탄이 되는 것이다.
신관 장치로 기폭제를 폭발시키면 포구 속의 압력은 포탄처럼 만든 우라늄 235 충전물을 초속 275m의 엄청난 속력으로 포신을 달리게 하고, 포구 끝에 있는 또 하나의 우라늄 충전물 타깃과 충돌시킨다. 이때 두 우라늄 충전물이 만나서 임계질량이 형성되는 것이다.
임계질량이 형성된 순간 수많은 우라늄 원자들이 중성자들을 방출시키고, 이 중성자들은 다시 다른 원자들을 때려서 이른바 비가역적 핵 연쇄반응(Chain reaction)을 일으킨다. 미 본토 로스알라모스 사막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지상 실험에서 이 폭탄은 TNT 2만 톤의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냈다.
그러나 아직은 태평양의 외딴 섬에 있는 창고에 보관된 이름 없는 화물일 뿐이었다.
43초 후, 3번째 신관 작동 폭발
1945년 8월 6일 새벽 2시. 태평양의 외딴 티니안 섬 북부의 미 육군 항공대 비행장 활주로에는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가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12명이 탄 에놀라 게이의 연료탱크에는 목적지 일본 히로시마를 다녀올 2만 6500리터(L)의 연료가 채워져 있었다. 항공기의 총 중량은 68톤(t)이나 됐고 그중 4t은 리틀 보이가 차지했다.
그들의 임무는 매우 위험했다. B-29 폭격기 자체가 추락 사고의 위험이 컸고, 적진 상공에서 마주칠 일본의 자살 요격기와 대공포화도 큰 위협 요소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위험은 폭격기에 실린 화물에 있었다. 폭탄 적재실에 있는 무게 4t의 리틀 보이가 만약에 불의의 사고로 폭발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들은 물론 엄청난 재앙이 예상밖의 지역에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기폭장치를 비행 도중에 장착하고, 아울러 리틀 보이에 3개의 신관 스위치를 설치하는 안전조치를 마련했다.
이는 폭탄을 떨어뜨린 후, 폭격기가 그곳을 탈출하는데 필요한 15초를 벌기 위해 시한장치를 가동시켜 신관(Fuse)의 모든 회로를 차단시켜놓는 첫째 스위치와 기압에 반응, 1500미터(m) 상공에서 작동하는 두 번째 스위치 그리고 자체 내에 설치된 레이더 장치로부터 발사된 전파에 폭탄이 반응하는 세 번째 스위치가 바로 그것들이었다.
특히 지상에서 반사된 전파에 반응하도록 설계된 세 번째 스위치는 576m 상공에서 접속돼 우라늄 탄환 뒤에 있는 폭발 장약을 터뜨리도록 설계돼 원폭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장치이었다.
오전 8시 15분에 그들은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도착했다. 고도는 약 3만1000 피트(9450m)이었다. 에놀라 게이는 히로시마 시내를 가로지르는 아오이교 위에다 지체 없이 폭탄을 투하했다.
중력에 이끌려 빠르게 낙하한 무게 4t의 리틀 보이는 43초 후 세 번째 신관 스위치가 작동하자 히로시마市의 해발 1800 피트(약 550m) 상공에서 폭발했다. 엄청난 충격파가 에놀라 게이를 덮쳤고, 뜨거운 열이 차가운 대기를 순간적으로 증발시키면서 거대한 회색의 버섯구름이 만들어져 폭격기로 돌진해왔다.
후미 기관총 사수 캐론이 “어마어마한 버섯구름 속에 부글 부글 끓는 화염이 솟아오르고 있다. 비행기를 덮칠 것 같다”고 외쳤으나 훈련 받은 대로 기장 폴 티베트 대령은 신속하게 상공을 이탈해 무사히 티니안 기지로 귀환했다. 원폭 투하는 대성공이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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