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 신입생 및 중고등학교의 수학/과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학계에서 불거져 나왔다.
지난 15일 (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성균관대 퇴계인문관 308호에서 ‘대학입시와 대학수학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린 ‘2007년도 제25회 수학교육 심포지엄’에서다.
대한수학회(회장 김도한)와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회장 김흥기)가 공동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은 작금의 대학 신입생 및 중·고등학생들의 수학능력 저하에 따른 문제점과 관련해 수학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심포지엄 1부에서 ‘이공계 대학 위기의 핵심과 혼용평가’로 첫 발제에 나선 문권배 상명대 교수(한국수학교육학회)는 대학의 혼용평가에 따른 이공계 위기에 대해 지적했다.
“탐구력, 인식력, 판단력에 깊이 관여하는 고등교육에서의 수리학문에 대한 학습능력을 이공계의 발전과 위기를 가르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런 관점에서 고등교육의 수리정보 학문을 붕괴시키고 있는 대학의 혼용평가는 이공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원인이다. 이의 폐지와 함께 수학교육계의 중요한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문 교수는 이공계 위기의 현황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제시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이공계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 이공계 위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04년 미국에서 과학기술 관련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인 중 미국 잔류 희망률이 73%에 이르렀다. 또 2006년 9월 과실련이 이공계 대학교수, 연구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8.7%가 이공계 위기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동안의 이공계 지원책에도 3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여태까지의 이공계 지원책이 일등상품을 위한 응용분야에 너무 쏠린 나머지 수리, 과학적 사고가 경시되어 왔다. 둘째, 근본적 능력인 탐구력, 인식력, 통찰력 등이 힘들다고 외면해왔다. 셋째, 이공계 위기와 개선에 대해 여러 번 논의를 해왔지만 정책토론회 등의 단발성 이벤트가 주류를 이뤄서 실상으론 이공계 기피의 근본 요인들이 방치되고 있다.”
다양한 이공계 위기 요인들을 지적한 문 교수는 대학의 혼용평가가 수리학문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제7차 교육과정 체제에서 고교의 수리학문 교육을 붕괴시키는 것이 대다수 전국 대학의 혼용평가다. 선택과 집중 원칙은 자연계열의 입시전형에서 사라지고 학생들을 더 유인하는 변칙들만 횡행하고 있다. 수리영역에서 그 구분이 분명한 가/나형을 표준점수로 혼용 평가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과 탐구영역에서 계열에 관계없이 사탐/과탐/직탐을 혼용평가하는 것은 수학과 과학을 덜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도 이공계에 입학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런 혼용평가가 수학/과학 과목의 기피를 조장, 그 기반을 심각하게 붕괴시키고 있다고 문 교수는 지적했다.
“수학교육계는 수리학문을 붕괴시키는 혼용평가가 결국은 인식력을 약화시켜서 이공계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지는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혼용평가로 인해 학생들은 고2 이후의 수리학문을 기피할 수 있다. 수학교육계는 이공계 위기의 요인과 수리학문의 관계를 살피면서 인식력, 상황판단력 향상을 위한 수학교육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미적분 모르는 학생들 공대 입학
‘고등학교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점으로 발제한 노원고 박임숙 교사(대한수학교육학회)는 고교 수학교사로서 일선에서 나타나는 수학교육과 수능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005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처음으로 제7차 교육과정에 바탕한 내용이 다뤄졌다. 각 대학에서 우수 학생 확보를 위해 자연계에서도 수리 ‘나’형을 입학사정 자료로 사용키로 했다. 이는 고교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쳤고 학생들이 수학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박 교사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제7차 교육과정과 관련한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2008학년도 수능에서 수리영역 지원자는 전체의 92%로 영어, 언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리영역 지원자 중 24%가 수리 ‘가’형, 76%가 수리 ‘나’형에 지원하고 있다. 학교에서 자연계열을 선택해 수학을 학습한 학생중 많은 학생들이 수능시험에서 수리 ‘나’형을 선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고교 3학년 자연과정의 학급에서 수학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교사는 교사대로 힘들고 학생은 학생대로 많은 수업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박 교사는 “제7차 교육과정이 수학교육을 향상시키려는 이상은 높았으나 현실과의 괴리로 많은 부작용이 생겼다”며 “이제 중등학교에서의 수학교육의 문제는 모든 관련 당사자의 문제로 전문가들의 보다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서원대 박혜숙 교수(대한수학회)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 2부서 ‘대학생의 수학 학력 저하’로 발제한 광운대 허민 교수(한국수학사학회)는 수능응시 영역과 이에 따른 대학 교양수학 과목의 학력차이 결과를 발표했다.
“모든 수강생들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이 수능 수리영역 가·나형과 과학·사회탐구 영역의 응시 유형별로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시험 성적뿐만 아니라 결시율과 최종 성적에서도 심각한 차이가 있었다. 이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맞는 수준별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수능과 대학 수학교육의 문제점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수학교육에 대한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김선자 청운대 교수가 사회를 본 3부에서 ‘대학 수학의 운영 현황 및 개선 방안’으로 발제한 최은미 한남대 교수(한국여성수리과학회)는 “교육환경 변화와 시대적 추세에 대처키 위해 생명과학 분야에서 필요한 대학 교양수학의 개발이 절실하다”며 “생명과학의 수학 전공에선 이공대의 전형적인 대학 수학 내용과는 명백히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업수학 강좌 운영에 대하여’로 발제한 방승진 아주대 교수(한국수학사학회)도 수능과 관련한 대학수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고교에서 수학10가-나와 수학1을 공부한 인문계 학생보다는 수학10가-나와 수학1, 수학2, 선택미적분을 공부한 자연계 학생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따라서 인문계로 학생들이 몰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아예 미적분을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이 교차지원으로 공대에 들어와서 공학교육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12-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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