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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이슬기 객원기자
2014-10-07

강력한 지자기폭풍 '슈퍼플레어' 지구 주변 우주기상에 큰 영향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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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개봉한 영화 '노잉'(Knowing)이란 SF영화에서 주인공들은 강력한 태양 폭풍이 지구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종이에 쓰인 마지막 재앙이 결국 전 세계적인 규모로 벌어질 것을 알게 되어 이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결국 이 태양 폭풍으로 인해 지구는 멸망하게 되고, 주인공들은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떠나게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한 '태양 폭풍'은 플레어(flare)라고 하는데, 태양의 채층이나 코로나 하층부에서 돌발적으로 다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흑점 가까이에서 주로 발생하며,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 수분 내에 급격히 밝아지면서 섬광을 발하기도 한다.

바로 이 플레어라는 단어는 패션에서도 쓰이는데, 여기서는 나팔꽃 모양으로 옷단을 벌린 것 또는 그것들이 흔들리는 상태를 말한다. 태양에서의 플레어와 패션에서의 플레어는 같은 의미이다. 너울거리는 불꽃,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지다 라는 뜻이다. 즉, 태양에서의 플레어 역시 이와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레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플레어가 일어난 후 1~2일이 지나면 지구에도 그 영향이 나타나 전파 통신 장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긴 파장의 라디오 주파수로부터 짧은 파장의 감마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파장의 전자기스펙트럼을 넘나드는 전자기 복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공위성 히노데가 G-밴드 영역에서 관측한 태양플레어. 흑점 남쪽에 길게 리본처럼 뻗어 있는 두 줄기 밝은 구조 형태로 보인다. ⓒ 위키피디아
인공위성 히노데가 G-밴드 영역에서 관측한 태양플레어. 흑점 남쪽에 길게 리본처럼 뻗어 있는 두 줄기 밝은 구조 형태로 보인다. ⓒ 위키피디아

처음 플레어 현상을 관측한 사람은 1859년 영국의 천문학자인 리처드 캐링턴이다. 이때의 플레어를 '1859년 태양대폭풍'(1859 Solar Superstorm)이라고 하는데, 제10태양주기였던 1859년에 발생한 강력한 지자기 태양폭풍을 말한다.

태양 플레어와 질량 방출로 인해 생성된 태양폭풍이 지구 자기장을 강타, 현재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강력한 지자기폭풍을 일으킨 것이다. 이 과정을 관측하고 기록한 리처드 크리스포터 캐링턴의 이름을 따서 '캐링턴 사건'(Carrington Event)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때의 일어난 지자기폭풍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는 당시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오로라가 발생했고, 로키 산맥의 오로라는 너무 밝아서 광부들이 아침인 줄 알고 잠에서 깨 식사를 준비할 정도였다고 한다. (관련링크)

유럽과 북아메리카 전역에서는 전신 시스템이 마비되었으며, 일부에서는 전신 기사가 전기 충격을 당하기도 했다. 전신 철탑에서는 불꽃이 튀었고, 어떤 전신 시스템은 전력 공급원과 단선이 되었음에도 메시지를 보내고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구 주변 우주기상에 큰 영향 미쳐

중요한 것은 태양플레어가 폭발할 경우, 지구 주변의 우주기상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태양풍 및 지구의 자기권 내부에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을 조성하고, 우주선 및 우주인에게 방사선 피해를 입히게 된다.

X등급 플레어의 약한 X선은 상부 대기의 이온화를 증가시키면서 단파 무선통신에 영향을 미치고, 저궤도 인공 위성을 끌어당겨서 궤도 축소를 야기하기도 한다. 태양플레어가 지금 일어나게 된다면, 아마 대다수 국가에서는 통신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문제는 태양플레어가 생성하는 양성자폭풍이다. 이는 일련의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을 말하는데, 양성자는 인체를 통과하기 때문에 생화학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대부분 양성자폭풍은 관측으로부터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두 시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2005년 1월 20일에 있었던 태양플레어의 경우, 직접적으로 관측된 최고로 집중된 양성자 분출이었는데 이때 양성자들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5분이었다. 기존의 2시간이 아닌,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이 강력한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에서 슈퍼플레어 발생땐 오존층 파괴"

사실 이미 2년 전, 일본 연구진들은 태양에서 발생하는 슈퍼플레어를 조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에하라 히로유키(Hirotuki Maehara) 일본 도쿄대학(東京大學) 박사팀은 태양과 닮은 많은 항성에서 다수의 슈퍼플레어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을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슈퍼플레어는 태양플레어보다 수백만~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대형 플레어를 말한다. 만약 매우 강력한 슈퍼플레어가 지구에 충돌하게 되면 지구를 보호하고 있는 오존층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지구를 보호하는 오존층은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대기에 오존층이 사라지게 되면, 태양의 자외선에 지구에 사는 생명체가 까맣게 타버릴 수 있다. 실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위성이 2009년 약 8만 3000개의 태양을 닮은 항성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48개 별에서 총 365회의 슈퍼플레어가 발견되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슈퍼플레어는 태양을 닮은 항성 주변을 거대 가스 행성이 공전할 때, 그 행성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태양 근처에 거대한 행성이 아니지만 슈퍼플레어를 일으킨 항성 중 10개의 천체 근처에서도 거대한 행성은 없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에서도 슈퍼플레어는 발생할 수 있다고 결론 지었고, 만약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태양에서 슈퍼플레어가 발생할 경우 지구가 받게 될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론적으로 태양 근처에 강한 자기장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지난 2000년동안 지구의 관측 기록에도 없기 때문에 태양에서 슈퍼플레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주일 동안 7번 이상 강력한 플레어 방출하기도

지난 4월에는 항성으로서 청년기에 접어든 붉은 왜성의 주변에서 뿜어져 나온 '슈퍼플레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별에서 뿜어져 나온 플레어는 지금까지 기록된 가장 높았던 등급의 태양 플레어보다 무려 1만 배는 더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스테판 드레이크(Stephen Drake) 천체물리학자는 보통 왜성에서 나오는 플레어는 하루 이상을 가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번에 발견된 왜성에서 나온 플레어 방출은 2주 동안 그리고 7번 이상 강력한 플레어를 방출해 아주 복잡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관련링크)

가장 최절정기 이 왜성의 플레어 온도는 약 섭씨 2억℃에 이르렀으며, 이는 태양의 중심 온도보다 12배나 더 뜨거운 수치이다. 60광년 떨어진 'DG Canum Venaticorum'(DG CVn)이라는 쌍성계에서 방출되었는데, 두 별은 우리 태양의 3분의 1 크기에 해당하는 희미한 왜성이었다.

100광년 이내에 있는 별들은 대부분 태양계처럼 중년기에 해당하는 나이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관측된 왜성은 약 3천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태양계 나이의 0.7퍼센트(%)에 해당될 만큼 아주 젊은 별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이 별이 강력한 플레어를 방출 시킬 수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나뉘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원인은 바로 이 별들이 아주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힘이 강력한 플레어를 방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이번에 발견된 왜성은 관측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구 작업과 분석이 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슈퍼플레어를 관측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있는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에 있는 관측소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강력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4-10-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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