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과학자들은 그동안 유럽연합(EU)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는 것은 물론 공동연구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브렉시트(Brexit)로 인해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됐다.
26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EU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기가 힘들어졌다고 보도했다. 또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일 역시 매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가장 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곳은 유럽공동원자핵연구소(CERN)다. 이곳에서는 영국을 비롯 20개 EU 가입국에서 공동으로 참여해 대규모 연구를 진행해왔다. 2012년 힉스입자(Higgs boson)를 발견한데 이어 지금 암흑물질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CERN 등 다국적 공동연구 힘들어질 전망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향후 CERN에서 공동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로 남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던 크고 작은 다른 공동연구들도 CERN처럼 어려운 입장에 처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지에 따르면 영국의 인구수는 세계 인구 전체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연구자 수는 세계 전체 연구자 중 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연구자들은 세계적으로 많이 인용되고 있는 논문의 16%를 양산하고 있다.
영국 과학자들이 이처럼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나라와의 공동연구 때문이다. 영국의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따르면 그동안 영국이 EU 공동연구자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54억 파운드(한화 약 8조6000억원)이다.
반면 EU로부터 지원받은 금액 88억 파운드(한화 약 14조원)에 달한다. 영국 과학자들의 뛰어난 두뇌로 EU로부터 5조원이 넘는 금액을 더 지원받고 있었다. EU 자금이 대거 투입되고 있는 곳 중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이 있다.
이 분야 연구자금 중 67%를 EU로부터 지원받고 있었다. 이밖에 임학(Forestry sciences)의 경우 53%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은 등 EU로부터 자금지원이 중단될 경우 당장 연구를 중단해야 할 분야가 한두 곳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EU와의 단절로 뛰어난 창의성을 인정받아온 영국 과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EU의 공동 연구 프로그램인 CERN, ‘호라이즌 2020(Horizons 20320)'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공동 연구가 중단될 경우 영국의 우수한 과학인재들이 갈 곳을 잃고 자체적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마련하던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할 처지다. 브렉시트 가결의 원인이 된 이민 억제 역시 영국 과학계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브렉시트는 과학교육에도 나쁜 영향”
국경을 봉쇄할 경우 영국으로 유입되는 젊은 과학자들의 유입이 차단된다. 결과적으로 영국에 해외 인재 유입이 줄어들면서 영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영국의 과학자들은 그동안 영국의 EU 탈퇴를 강력히 반대해왔다. 지난 3월 ‘네이처’ 지가 666명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브렉시트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83%에 달했다. 그러나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캠브리지 대학에 소재한 유럽 생물정보연구소(EBI, 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의 이원 버니(Ewan Birney) 소장은 그동안 영국의 과학과 첨단 기술이 영국 경제를 주도할 정도로 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브렉시트 현실화로 큰 위기를 맞았다고 우려했다. “영국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해오던 유럽 국가들과 함께 수행해오던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 지속적인 영국인 참여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는 영국의 과학자들은 물론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매우 나쁜 영향을 주게 돼 영국 과학의 전통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을 준비하고 있는 영국의 차기 정부가 이런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주기를 촉구했다.
레스터대학의 폴 보일(Paul Boyle) 부총장은 이번 브렉시트 가결이 영국 과학인들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EU는 물론 세계적으로 영국 과학자들을 반기는 연구소나 공동 프로젝트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급한 것은 연구비다. “차기 정부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가 계속 지속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둘러 과학계 중진들과 협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을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영국 정부에 예산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기정사실화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과학자들도 있다. 프란시스 클릭 연구소의 폴 너스(Paul Nurse) 소장은 “영국 과학이 오랜 전통을 잇기 위해 과학자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며, 지금의 고립을 타개할 방안을 찾아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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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6-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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