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는 미래의 일로만 여겼던 사물인터넷 시대가 어느새 현실로 도래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사물인터넷과 연동되는 웨어러블 기기들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발전된 수준을 보여 주었다.
그 중에서도 피트링스사에서 출품한 앰프스트립(AmpStrip)은 착용성면에서 획기적인 웨어러블 기기로 인정을 받으며 참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앰프스트립은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심장 박동과 같은 사용자의 신체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센서다.
앰프스트립이 주목을 끈 가장 큰 이유는 피부에 붙일 수 있는 패치(patch) 형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센서를 통해 사용자는 앰프스트립을 몸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심박수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심박수 측정기는 크고 무거운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이 CES를 통해 선을 보인 미국의 패치형 센서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기능의 신개념 패치형 센서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피부와 유사한 형태의 패치형 센서
과학학술지인 네이처(Nature)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 연구진이 사람의 피부와 유사한 형태의 패치형 센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향후 이 기술이 피부 관련 의료용 기기는 물론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로 까지 응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 링크)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패치형 센서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의 피부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일본 동경대의 이성원(Sungwon Lee) 박사와 일본 과학기술처(JST) 소속의 과학자들은 초박막 폴리머 필름(ultra-thin polymeric film)에 전기 회로를 붙인 다음, 여기에 부착성젤(adhesive gel)을 활용하여 이 같은 소재를 개발했다.
이 박사는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패치형 센서는 피부에 완전히 달라붙어, 멀리서 보면 마치 피부의 일부처럼 보인다”라고 주장하며 “센서를 생체에 직접 접착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생체의 역동적인 운동 정보들을 하나하나 추적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종래의 웨어러블 기기라 하면 손목시계나 안경과 같은 몸에 가까이 하는 아이템에 전자회로를 도입하여 스마트 기기로 변신시킨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패치형 센서의 개발로 다점 계측 센싱이 가능해짐에 따라, 운동성이 높은 취미 생활이나 스포츠 등에도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한 센서가 몸에 직접 부착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24시간 내내 지속적으로 생체정보를 계측하여 의료 및 헬스케어 등의 건강 관련 분야에도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아직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단계이기는 하지만, 피부 뿐 만 아니라 심장과 같은 체내 조직에도 패치형 센서를 부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에는 체내 이식형 시스템으로 발전하면서, 패치형 센서의 응용범위도 동시에 넓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험쥐의 심장 표면에 집적 접착도 성공
사람의 운동 상황이나 생체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정밀하게 측정하려면, 전자회로로 이루어진 센서를 계측대상에 가까이 접근시켜야 한다. 센서의 경우, 측정대상에 가까이 접촉시킬수록 계측의 신뢰성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계측 기기들은 대부분 단단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내구성은 좋지만, 이를 직접 생체에 장착할 경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단단한 소재의 계측 기기들을 착용한 채, 스포츠 같은 역동적인 활동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고분자 필름이나 고무시트와 같은 유연한 재질을 전자부품의 소재로 다루려는 연구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예를 들면 유기 트랜지스터라고 부르는 유연한 전자소재는 두께 1마이크로미터(µm)의 고분자 필름 위에 형성되면서, 반경 10마이크로미터까지는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연성이 있는 소재라고 해서 무분별하게 그대로 생체에 접착할 수는 없다. 유연한 소재의 센서를 생체에 직접 접착하기 위해서는, 생체와 직접 접착하는 센서 표면에 대한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패치형 센서의 소재 표면은 유연하면서도 생체와의 친화성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체조직이 습한 상태라 하더라도 미끄러지거나 변질이 생기기 않도록 만드는 안정적인 유지기술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박사와 연구진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 같은 조건들을 만족하는 패치형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센서에 인쇄되어 있는 전자회로의 경우 인간의 피부나 실험쥐의 심장 표면에 집적 접착해도 심전도 같은 생리적 전기신호의 계측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들 패치형 센서의 표면은 점착성이 있어서, 접촉하고 있는 표면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더라도 생체 표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물성까지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박사는 “센서를 확대해 보면 작은 사각형의 부착성 젤 사이에 폴리머 필름이 부착된 형태를 이루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실험해 본 결과 1마이크로미터 두께에 10마이크로미터 지름의 폴리머 필름은 어떤 경우에도 전기적인 특징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를 살펴보면 4.8x4.8센티미터(cm) 정도의 면적에 144개의 집적회로를 4밀리미터(mm) 간격으로 배열되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집적회로는 대상물이 아무리 역동적으로 움직이더라도 부서지지 않는 특성을 보였다.
패치형 센서 개발에 성공한 결정적 동기에 대해 이 박사는 “생체 접합성이 우수하면서도, 접착성이 있는 겔을 만든 것”이라고 밝히며 “이 새로운 겔 소재는 폴리로텍신(polyrotaxane)에 폴리비닐알코올(PVA)을 균일하게 분산시켜 개발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제작된 패치형 센서를 실험쥐의 심장 표면에 붙이고 3시간 계측한 결과, 질 좋은 신호로 심장계측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측 후의 처리방법에 대해 이 박사는 “PVA의 경우 체내에서 녹아 점착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계측 후에는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간단히 떼어낼 수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공동 연구진은 편리한 착용성과 함께 기존 웨어러블 기기들이 가진 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패치형 센서를 반창고나 파스처럼 사용하기 쉽고,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형태로 개발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5-0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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